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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썰

법무부 검찰 인사로 본 현 정부의 인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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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뉴시스

 

#에피소드 1

2020년 말, 역대 초유의 사건이 연달아 일어납니다.

한 번은 법무부장관이 검찰총장을 직무배제한 일,

또 한 번은 법무부에서 검찰총장을 '2개월 정직'으로

징계하고 대통령이 재가를 한 것입니다.

 

결과는?

가처분이니 본안 소송이니 접어두고 심플하게 보면,

법원이 직무배제와 정직 모두 인정을 안했고

검찰총장은 두 번 다 대검으로 복귀를 하게 됩니다.

 

직무배제와 정직이라는 징계 자체가

무리였다는데 힘이 실릴 수 밖에 없겠죠?

징계 사유도 굉장히 설득력이 떨어졌고,

직무배제와 정직까지 가는 과정도 매끄럽지 않았습니다.

 

전국에 서울, 대전, 대구, 부산, 광주, 수원까지

6개의 고등검찰청이 있는데 

직무배제 당시 모든 고검장이 반발 성명을 냈고,

전국에 있는 지검장도 3명 빼고 반발 성명을 냅니다.

또한 평검사 전원이 장관의 해당 조치가

위법하고 부당하다는 한 목소리를 내기까지 합니다.

단일 사안에 대해서 평검사 전원이 한 목소리를 낸 건 

검찰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습니다.

 

출처 : 채널A 뉴스

 

예외적인 3명의 지검장을 보면

당시 기준으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김관정 동부지검장, 이정수 남부지검장입니다.

보통 서울의 지방검찰청은 중앙이 가장 핵심이고,

동남북서 순으로 칭하는데 공교롭게도

중앙, 동부, 남부지검장만이

당시의 법무부장관을 지지했습니다.

 

그리고 당시 징계위원회에 들어갔던 검사는

심재철 법무부 검찰국장

신성식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이었습니다.

 

검찰 내 핵심 요직에 있는 검사들만이

현 정부와 뜻을 같이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과 한동훈 법무연수원 연구위원 (출처 : 조선일보)

 

#에피소드 2

현 정부에서 직무배제된 검사는 또 있습니다.

한동훈 당시 부산고검 차장검사입니다. 

 현재는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있지만

정권 초기에는 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와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을 했으며 그 이전에도

대검과 서울중앙지검만 몇차례 오갔고

청와대 민정수석실에도 있었던 검사입니다.

 

이른바 채널A 사건으로 직무배제가 되고

법무연수원으로 발령이 난 케이스인데요,

수사팀에서는 한동훈 검사장에 대해 무혐의라 

주장하며 결재를 요청하고 있지만,

이성윤 지검장이 계속 결재를 미루고 있습니다.

이 사건은 중앙지검의 1차장검사와 2차장검사까지

무혐의라는 수사팀 의견이 옳다고 했는데

웬일인지 이성윤 지검장은 무혐의라는

수사 결과를 승인하지 않고 있습니다.

 

조사 과정에서도 한 사건이 일어납니다.

당시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인 정진웅 검사가

법무연수원에 찾아가 압수수색을 하는 과정에서 

육탄전을 벌인 혐의로 기소된 것입니다.

혐의는 독직폭행입니다.

 

정진웅 검사 (출처 : 조선일보)

 

내용은 쉽게 찾아볼 수 있으니 굳이 안쓰더라도

여기서 재미있는 것을 짚어보자면,

 

1. 혐의가 밝혀지지 않은 검사는

직무배제되고 감찰의 대상이 됩니다.

 

2. 혐의가 밝혀져 기소가 된 검사는

대검의 요청에도 직무배제되지 않습니다.

 

무슨 기준일까요?

 

윤석열 검찰총장과 박범계 법무부장관 (출처 : 중앙일보, 법무부 제공)

 

 

두 가지 에피소드는 오늘 자(2월 27일)

법무부 검찰 인사에서 주목받는 인물들이 있어서

끄집어 내 본 것입니다.

 

현 정부 들어서 검찰 인사는 유난히 주목받습니다.

정부 고위 관계자들이 연루된 사건들을 수사하는 

수사팀 지휘라인을 좌천시키는 인사권을

실행했던 정부이기에 그런 것으로도 보이는데요.

 

어찌되었든 이번 법무부 인사를 살펴보면,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은 유임되었습니다.

서울중앙지검 차장검사들에게

사실상 사퇴 건의를 받기도 하고,

구성원들의 집단 반발에 직면하기도 했지만

현 정부의 선택은 유임입니다.

 

징계위원회에서 활약(?)한 심재철 검찰국장은

이정수 남부지검장과 교체되었습니다.

현 정부와 뜻을 함께 한 요직의 주요 인물들이

유임 또는 상호 교체되고,

전체적으로도 큰 변화는 없었습니다.

한동훈 검사장 역시 유임입니다.
같은 유임이어도 의미가 많이 다른 유임입니다.

 

친정부 인사들을 조직의 장으로 배치하는 곳,

즉 중앙지검, 동부지검, 남부지검이

현재 어떤 주요 사건을 맡고 있는지 보면

인사의 의도를 짐작해볼 수 있지 않을까요?

 

출처 : MBC 뉴스

 

어느 권력집단이나 자신들의 치부를 

드러내는 건 싫어하고 거부합니다.

그 때마다 과잉수사, 별건수사, 표적수사 등을

내세우며 문제를 공론화시키기도 했고,

그 결과 대검 중수부가 폐지된 전례도 있습니다.

 

근데 아이러니하게도 살아있는 권력을

제대로 수사했던 국민 검사라는 타이틀은

주로 대검 중수부에서 나왔습니다.

 

권력기관의 진짜 힘은 권한을 강하게 쓰는 것보다

써야 할 권한을 안 쓰는 것에 있지 않을까요?

 

수사종결권을 올해부터 경찰이 갖게 되었는데,

경찰이 해야 할 수사를 안하고 종결해버리면

사건은 경찰의 손에서 끝납니다.

검찰이 기소를 하면 공은 거의 법원으로 넘어가지만

기소 자체를 안해버리면 검찰의 손에서 끝나고요.

그때마다 가장 이득을 보는 집단은 누구일까요?

 

 

글이 길어졌으니 마무리 하겠습니다.

가만보면 윤석열 검찰총장도

지방 고검에 있다가 현 정부 들어 파격적으로

서울중앙지검장으로 발탁되고,

또 더 파격적으로 검찰총장에 임명된 인물입니다.

지금이야 정부 여당에서 찍어내고 싶어 난리지만

'우리 윤총장', '살아있는 권력도 수사해달라'

라고 했던 것은 누구였고, 그에 맞춰 짝짜꿍 한 사람들은

지금 어떤 스탠스를 취하고 있나요?

 

솔직히 권력집단의 입장은 이해라도 갑니다.

직접적인 이해당사자라면 자신들이 처한 상황에 따라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람에 대한 감정이

좋았다가 싫었다가 변할 수도 있는 것이니깐요.

 

때론 '이건 좀 아닌 거 같은데' 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위의 가이드대로 하는 건 

 일반 직장인들도 경험하곤 합니다. 

 

 

출처 : 아시아경제

 

그런데 말입니다.

자신의 추종자 또는 추종집단의 주장에 따라

동일한 대상을 보는 관점이 변하는 부류들은  

도대체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의문입니다.

생각이 없다고 그냥 이해하면 되는 건가요?

 

사진 속에 나온 저런 사람은 정치검찰이 무엇인지,

검찰의 역사, 권한과 책임, 조직 문화에 대해 알고

개혁이라는 단어를 쓰는 것일까요? 

(진짜 궁금해서요.)

 

제가 팬덤의 심리를 잘 모르긴 합니다만...

국민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정치권에 대한

팬덤 문화는 굉장히 위험하다고 봅니다.

진영논리를 받쳐주는 기둥이 되니깐요.

 

그리고 그 든든한 기둥이 있기에

문제의 소지가 될 수 있는 인사권도

부담없이 행사할 수 있는 것입니다.

 

 

제가 법무부의 검찰 인사를 보면서

해석한 현 정부의 인사 메시지는 이렇습니다.

 

우리를 건드리면 어떻게든 밟을 것이며,

우리 편은 어떻게든 끌어주고 당겨준다.

 

자격 요건도 명확해보입니다.

 

시키는 것은 누가 뭐라 해도 해내는 사람

 

(우대) 시키지 않아도 우리 편이 원하는 것은

누가 뭐라 해도 해내는 사람

 

 

이상, 헤드헌터 헨리였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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